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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慰勞),consolation

[넷플릭스영화] 아리무라 카스미(有村架純_ありむらかすみ) 주연의 '치히로상'

by SmiteStitch 2023. 6. 8.

목차

    인간이 가진 특별함 : 따스함(Warm Energy)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 '치히로상'(Call me Chihiro)입니다. 아리무라 카스미라는 이 유명한 배우를 그동안 몰라뵈고 처음 알게 된 영화이죠. 영화자체가 뿜어내는 따스함을 카스미라는 배우의 연기와 미소가 완벽으로 이끄는 영화입니다.

    치히로상-넷플릭스-아리무라카스미
    치히로상 오프닝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영화의 내용을 스포 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와 명장면에 대해서 짧게 언급해보고 싶습니다.

     

    세상 모두는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UN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현재 80억 명가량의 인구가 이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네요. 그렇다는 것은 대략 80억 개의 사연이 존재한다는 얘기겠죠. 많은 일본의 영화들과 드라마들의 그렇듯 이 영화도 보통사람들의 보통사연들을 주인공의 따스함으로 한데 뭉치게 해 더 큰 따스함을 만들고 나아가 이 사회가 따뜻해질 수 있음을 그려냅니다.

     

    한국의 많은 드라마와 영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힘이 중요하다는 것에 초첨을 맞추죠.(한국의 현실 사회는 그렇게 돌아가니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그 힘이라는 것은 돈, 권력, 물리적인 힘이 대부분인 것을 보여주며 결국 선의 영역에 포진해 있는 주인공은 그 힘을 얻거나 그 힘을 가진 사람들을 통해 정의라는 것을 실현하거나 그들과의 관계성립을 통해 신분상승을 이뤄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좋은 수단을 얻게 됨을 그려냅니다. 물론 권선징악의 클리셰로 잘 포장해서 관람객들에게 그 진부함을 들키지 않고 일종의 대리만족으로 치유의 메시지를 던지죠.(그만큼 한국사회는 불합리한 힘에 의해 눌려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음을 반증하는 것일까요?)

     

    많은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잘 포장한 인간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결국 돈, 권력, 물리적 힘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인간의 따뜻한 마음만으로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메시지를 던지는 이런 일본 특유의 감성을 아리무라 카스미라는 배우가 이 영화의 감독 '이마이즈미 리키야'가 그리고자 했던 그 이야기를 완벽한 이미지(비주얼적으로도)와 연기로 영화 속에서 표현해 냅니다.

     

    명장면 #01 - 홈리스 할아범과 도시락 

    위 장면은 홈리스 할아범을 괴롭히던 동네 어리석은 꼬마 녀석들을 쫓아 보낸 후 할아범이 굶고 있을 거라 생각한 치히로의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동정 따위로 비치지 않는 센스 있는 말투와 미소로 도시락을 권하는 장면입니다. 역시 이런 일본의 감성은 정말이지 대단합니다. 아직까지도 신파가 대중들이 원하는 느낌이라 생각하는 한국의 많은 영화 관계자들에게 꼭 이 정도 센스를 가지셨으면 하고 권하고 싶은 장면이죠.

     

    사실 "이방인(영어로 하자만 stranger정도가 좋겠죠. 한국적 뉘앙스를 강하게 가져가자면 나와 관계없는 이상한 사람, 타인, 남)에게 그것도 나한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 비렁뱅이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것이 가능하겠냐? 영화니까 가능한 설정 아니냐"라고 한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실제로 저런 분들에게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었던 것처럼 호의를 베푸는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는지 아닌지를 따지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선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감독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느끼며 그 마음이 예쁘게 표현된다면 치히로상이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싶은 걸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죠. ㅎㅎ

     

    명장면 #02 - 에? 집에서 목욕까지 시켜준다고?

    이 장면은 정말 대단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한 장면이었습니다. 집에 데려와서 목욕을 시켜주고 맥주까지 주려는데 정중히 감사인사를 하고 나가는 할아범이라뇨. 확실히 과거에 인류에게 특히 한국에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과오를 저지른 일본이긴 합니다만 과거의 잘못은 잠시 옆으로 미뤄두고 나면 정말이지 이런 장면은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듯합니다. 치히로상이야 캐릭터의 특성상 그렇다 치더라도 그 따스함을 정중한 따스함으로 되돌려주는 노숙인이라뇨. 비록 노숙인이지만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기품을 유지하려는 일본의 집착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런 장면에 대해 이게 뭐가 대단하냐 미친 짓이지"라고 말하신다면 딱히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정말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긴 하니까요. 그렇지만 저도 그렇고 아직 100m 정도의 산밖에 못 올라가 본 자들이 1000m 산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저인지라 감독이 보고 있는 풍경에 대해 감히 이렇다 저렇다 말씀을 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

     

    명장면 #03 - 동네 말썽쟁이 꼬마와 도시락

    언제나 영화 속 꼬마아이의 등장은 우리에게 미소를 짓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말썽꾸러기 마코토가 치히로상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기꺼이 따스함으로 품어주며 도시락으로 또 하나의 인연이 맺어지죠.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명장면 #04 - 치히로상과 치히로상의 첫 만남과 도시락

    뜬금없이 치히로상이 홀로 어느 신사인 듯 보이는 곳 계단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적 설정이겠지만 그래도 생뚱맞기는 합니다. 맞은편에 앉아 있다 치히로상에게 관심을 보이는 쎄보이는 언니. 이 사람이 원래 치히로상입니다. 역시나 이 둘도 도시락으로 연결되어지네요. 그나저나 어린 치히로상 너무 귀여운 거 아닙니까. ㅎㅎ 

     

    명장면 #05 - 말썽쟁이 꼬마 마고토의 엄마와 꽃다발

    치히로상의 도시락이 마코토에게 이어져 꽃다발로 마코토의 엄마에게 꽃다발로 따스함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오해가 심하네요. 그러나 이 따스함은 엄마의 누군가에게로 다시 이어지겠죠. 그나저나 '아리무라 카스미'짱 연기 진짜 대단합니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에서 보여준 모습이 그렇습니다만 이 배우는 맡는 배역마다 나오는 영화 드라마마다 정말 팔색조로 변합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는 배우네요.

     

    명장면 #06 - 도시락가게 주인아줌마와의 첫 만남

    치히로상이 마사지샵을 그만두고 도시락가게에서 일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역시나 이 둘의 실은 도시락이네요. 어쩜 저렇게 밝고 슬픈 얼굴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걸까요? 또 말하게 되어 죄송합니다만 정말 대단합니다.

     

    사실 2시간에 이르는 영화 자체가 명장면이라고 할 만큼 이 영화는 모든 장면장면이 따스함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마치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들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나카노 료타' 감독의 2016년작 '행복목욕탕(Her Love Boils Bathwater, 湯を沸かすほどの熱い愛, 주연 : 미야자와 리에, 오다기리 조)'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행복목욕탕 강추입니다. 뜨거운 눈물을 한껏 쏟고 나면 마음이 텅 비어 정화되는 영화죠. ㅠㅠ '미야자와 리에'라는 어마어마한 배우가 나오시죠. 물론 사생활은 뒤로하구요. ㅋ

     

    도시락이 실이 되어 이어지는 사람과 사람사이 인간(人間)

    이 영화에서 아주 아주 중요한 소재는 주인공 치히로상이 일하는 도시락가게의 도시락입니다. 일본의 많은 문화적 산물에는 사람과 사람사이를 이어주는 실(線)이 아주 중요한 소재로 등장합니다. 이 영화에서의 실은 도시락입니다. 주인공이 인생의 3막을 열어가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 것도 도시락이었으며 다른 이들에게 그녀가 받았던 따스함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도시락이 계속 등장합니다.

     

    '나카지마 미유키'의 실(ito)이라는 곡이 생각나는 대목이네요. 원곡도 너무나 아름답지만 현대적인 느낌으로는 개인적으로는 '아메'가 커버한 이곡이 가장 좋은 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YlTjq9Zjng

     

    사람과 사람사이, 국가와 국가사이

    한자 人間은 우리 사람들을 의미하죠. 왜 사람이라는 단어를 만들면서 '사이 간(間)'자를 썼을까요? 인간은 한 사람으로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다는 뜻이 담겨있는 게 아닐까요? 결국 인간이라 부르는 생물이란 2명 이상의 사람이 존재하고 그 사이에 관계가 형성될 때 인간이라 부를 수 있다는 뜻이며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결국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를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지역사회를 하나의 인간으로 생각해 보면 하나의 지역사회는 그 사회 홀로 지속되기 힘들다는 뜻이 될 수 있겠죠. 많은 지역사회가 서로 따스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나의 국가로 존재할 수 있으며 하나의 국가는 그 하나의 국가로만 이 세상에서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종, 민족, 종교 등 모든 것에 우리는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당연해서 깊게 생각하면서 살지 않게 되는 우리에게 커다란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이 아름다운 영화가 말하는 간단한 메시지를 그 어느 시대보다도 관계(network도 일종의 관계가 되겠죠.)가 광범위하고 복잡하며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시대에 일본이 지금 실행하려고 하는 원전 오염수방류에 대해서 자신들의 안위만을 중요시하는 어리석고 이기적인 일본의 미개한 정치인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히 드는 밤입니다.

     

    일본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야기가 후쿠시마 오염수로 넘어갔지만 논점을 흐리기는 싫으니 다시 영화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 '이마이즈미 리키야'는 정말 보통의 사람들의 보통의 이야기를 잘 그려냅니다. 그의 또 다른 영화 '그 시절'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보통사람들의 사연들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본성으로 세상을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슈퍼히어로나 판타지스타가 아닌 보통사람들의 작지만 따스한 마음들이 모여 이 세상을 따스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영화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이지만 영화로서만이 아닌 영화이기에 할 수 있는 문명화를 이루어내려 노력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사람은 따스함을 품고 태어나며 우리는 이 따스함을 모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간단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의외로 너무나 어려운 이 진리가 정말로 발현되어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치히로상의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며 간단하게 쓰려했지만 또 길어져버린(죄송합니다. ;;) 오늘의 포스팅을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맛있는 도시락으로 오늘하루도 따스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Stitch 추천 또 다른 이야기들

    • 감독 '이마이즈미 리키야' : '그 시절'

    '이마이즈미 리키야' : '그 시절'

    이 영화 '그 시절'의 주연은 '마츠자카 토리'입니다. 우연찮게도 위에서 언급했던 '행복목욕탕'에도 출연하는 배우네요.

     

    • 배우 '아리무라 카스미'주연 : '전과자 - 신참 보호사 아가와 카요'

    아리무라 카스미 - 전과자

    어찌보면 일상적인 소재가 아니라서 흥미가 없을 수 있겠지만 역시나 아리무라 카스미의 연기를 보는 재미로 보게 됩니다.

     

    • 가수 '나카지마 미유키(なかじまみゆき, 中島みゆき, 中島美雪) : 실(ito,이토, 線)

    https://youtu.be/jOegTv3a2h4

    가사가 정말 한편의 시와 같습니다. 영화 '치히로상'과도 결을 같이하는 아주 좋은 노래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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